제제, @J___05__
“…그러니깐, 오늘 저녁에는 못 만날 것 같아요.”
“무슨 일 있나?”
“일은 무슨요…. 그냥 피곤해서 그러지.”
“그럼 내가 유진군네 집으로 가면 되지 않나.”
“집은 무슨!! 됐어요. 피곤해서 그런 거라니깐요. 방해 할 생각마시죠! 끊을게요.”
“유진아,”
뚝. 유진은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이 인간 눈치챈 거 아니야?! 하여간 고작 S급 주제에 눈치는 드럽게 빨라요. 유진은 핸드폰을 제 주머니에 넣고 발걸음을 옮겼다. D급 던전. 혼자 꿍꿍이가 있어서 온 건 아니었다. 그냥 잠깐 던전에 볼 일이 있어서다, 진짜 잠깐. 이전에 유현이랑 던전에 한 번 들어갔을 때 나중에 혼자 오라는 창을 보아서 남 몰래 시간을 낸 거다. 그래, 혼자 무슨 꿍꿍이가 있어서 가는 건 아니라고. 참, 내가 무슨 대리도 아니고 부르면 다 오게. 멋진 걸 선물 해 준다고 그러는 말에 홀라당 넘어갔다. 멋진 거? 던전에서 멋진 거라면…. 혹시 엄청난 SSS급 마석?! 음, 아니면…. 귀여운 마수?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 유진은 서둘러 던전의 입구로 향했다.
“신입~~! …뭐야 오라 그랬으면서 아무도 없나.”
던전에 들어온 지 벌써 한시간이 넘었다. 던전에 들어오니 아무것도 없었다.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텅 빈 하얀색 방에 놓여진 기분이었다. 신입을 아무리 외쳐도 돌아오는 반응은 없었다. 뭐야, 선물 준비하느라 늦는 건가….
“…유진아.”
응? 이 익숙한 목소리는…. 유진이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왁!!!”
“유진군~. 혼자 이런 곳에 오다니. 나한테는 집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
“뭐야! 뭐에요. 성현제씨…. 당신이 왜 여기있어?”
“누가봐도 숨기는 게 있는 듯한 목소리길래 뒤따라왔다네.”
“그거 스토커 짓이잖아요!”
“너무하네~. 애인한테 스토커라니.”
“…….”
“그나저나 여긴 왜 왔는지 얘기 좀 해 줄래, 유진아?”
성현제가 유진의 허리를 바짝 끌어안아 제 쪽으로 당겼다. 깜짝 놀라 성현제를 밀어내려는 유진의 손길에도 성현제는 꿈쩍 안고 계속해서 시선을 마주하며 말했다. 응? 왜 여기 혼자 있는 거야?
“그게요…….”
유진은 애써 성현제의 눈길을 피하면서 입을 열었다. 제발 누군가 좀 도와주세요!
하느님, 부처님, 어르신!
“허니~~~!! 늦어서 미안해요!”
유진은 그 순간 크게 한 가지를 깨달았다. 신은 있다.
신입의 목소리에 유진은 반가운 척 달려나가며 성현제의 품에서 빠져나갔다. 성현제도 신입의 등장에 놀랐는지 유진을 놓아주었다. 유진은 마치 이산가족 상봉이라도 한 듯 통통 튀어오는 배구공에게 달려가 배구공을 꾸욱 눌렀다.
“왜 이렇게 늦게 와. 어? 이게 진짜…. 선물 있다더니 저 사람이 왜 여기있냐고.”
“으아악! 미안해요. 오류 때문에…. 이것 좀 놓고 말해요!”
후…. 살았다…. 배구공이 공중에 퐁 튀어올라 다시 유진의 눈앞에 섰다.
“무슨 선물인데?”
“음…. 큼큼…. 아!”
“너 방금 까먹었지….”
“아니에요~! 요즘 허니가 힘들어 하는 것 같아서 선물을 준비했어요.”
“그니깐 무슨 선물이냐고….”
“눈을 감아봐요. 허니~!”
“뭐?”
“얼른요~. 감아야지 선물을 줄 거예요.”
하…. 참, 바라는 것도 많다. 유진은 몇 번 눈을 뜨고 감았다를 반복하다 이내 두 눈을 꼭 감았다. 자, 눈 감았으니깐. 얼른 줘, 선물. 유진은 허공으로 손을 내밀었다. 얼른 달라는 표현이었다.
“하나, 둘, 셋!”
“……?”
“이제 눈 떠도 돼요! 준비한 선물 허니가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어요! 그럼 전 이만!”
“…? 이게 무슨 선물…. 아무것도…. 엥? 성현제씨 원래 그렇게 컸어요?”
“내 생각에는……. 유진군이 작아진 것 같네.”
“네?”
유진은 흘러내리는 제 겉옷을 다시 어깨 위로 올렸다. 뭐? 내가 작아진 거라고? 유진은 저의 손을 내려다 보았다. 옷이 너무 큰 탓인지 옷에 손이 가려져 손이 보이지 않았다. 성현제는 아직도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한 유진을 번쩍 들어 제 품에 안았다.
“이것 좀 보게.”
[스페셜 퀘스트]
미션! 그동안 다른 사람들을 보살피느라 피곤해진 양육자 한유진에게 큰 휴식을 선물합니다!하지만 선물에 파트너가 빠질 순 없죠? 작아진 당신의 파트너 한유진을 일주일 동안 육아하세요!
보상: ???
기간: 일주일
실패 시: ???
레벨: ???
“뭐 이런 미친….”
“흐음…. 흥미롭군.”
“흥미 가지지 마시죠. 퀘스트고 뭐고 지금 당장 신입 찾으러 갑시다.”
“그치만 유진군.”
“뭘 꾸물꾸물 거려요. 빨리…. 헉.”
유진은 제 눈 앞에 펼쳐지는 광경을 멍하게 바라보았다. 던전의 입구로 보이던 곳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유진은 성현제의 정장 깃을 꽉 잡으며 말했다. 달려요, 얼른.
유진은 제 눈 앞에 펼쳐진 모습에 당황했다. 제 앞으로 건네어진 어린이 음료수…. 심지어 뽀로로다. 막대사탕, 초콜릿 등등 온통 어린이 입맛을 저격한 달달한 간식들 뿐이었다.
“이걸론 부족하나?”
“장난합니까. 진짜? 이게 다 뭡니까. 제가 진짜 어린앤줄 아냐구요.”
“그 음료수를 마시면서 할 말은 아닌 것 같군^^”
“뭐…. 제법 입맛에 맞네요. 이게 맛있네….”
“먹고 양치질은 꼭 해야 한다네. 충치가 생기면 곤란하니깐 말이야.”
진짜다. 이거 은근 맛있다. 어렸을 때는 팬돌이파였는데 지금 먹어보는 뽀로로 음료수는 왜 이걸 그 때 한 번도 안 먹어봤지? 싶을 정도로 제 입맛에 맞았다. 주변에 놓여진 단 것들도 하나씩 먹었다. 맛있네….
“도련님께는 말해 두었네.”
“제가 말한다니깐, 참….”
“그치만 유진군, 타자도 제대로 못 치지 않나.”
“지금 저 놀리는 겁니까?”
“귀여워서 그러는 걸세.”
성현제가 유진의 입가에 묻은 초콜렛을 닦으며 말했다.
“이제 어쩔건가?”
“어쩌긴 뭘 어째요…. 일주일 동안 이러고 있어야지.”
“흠….”
“그러니깐 잘 부탁합니다. 음…. 보호자님?”
“이상하군…. 내가 유진군의 보호자라니.”
“뭐에요. 저번에는 보호자 노릇하게 해 달라 했으면서.”
“그 후에는 유진군이 얼굴을 붉히면서 보호자 말고 애인은 안되나고 하지 않았나.”
성현제가 능청스럽게 말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유진군을 육아하겠네.”
“그래요. 뭐…. 저도 이참에 좀 쉬려구요. 일주일 동안 성현제씨 집에서 꿈쩍도 안 할거에요.”
유진은 정말 최적의 삶을 살았다.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면 성현제가 어린이 입맛에 맞는 요리를 준비하고 있었다. 유진이 아침에 눈을 비비며 부엌으로 가면 성현제가 유진을 안아 식탁에 앉혀주었다. 유진은 매일 아침밥을 먹고 양치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사육소에 출근도 하지 않았다. 유현이가 마침 피스를 데리고 던전을 간 것도 있었고. 그 외에 아이들도 다들 주인과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 두었다. 삐약이는 성현제씨 집에 데려왔는데 얼마나 좋아하던지…. 밤에는 침대 옆에 만들어 놓은 삐약이 전용 침대에서 잠에 들었다 아침에는 성현제씨한테 마석을 얻어 먹고는 성현제씨 머리에 올라가 그대로 세성으로 출근했다.
유진은 식탁에 놓인 초콜렛을 먹다 말고는 옷을 챙겨 입었다. 어려진 몸이라 평소 유진이 입었던 옷은 맞지 않아. 성현제 카드로 어린이용 옷을 몇 개 사두었다. 유진은 옷을 다 입고 소파에 풀썩 앉아 성현제에게 전화를 걸었다.
“데리러오십쇼.”
성현제가 유진을 안아들며 말했다.
“오늘은 어디 가고 싶나?”
“갑자기 놀이공원이 가고 싶어졌어요….”
“흐음…. 알겠네.”
유진의 말을 듣고는 성현제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오늘 하루동안 이용하겠네.
유진은 제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신이 나 성현제의 손을 잡고 이끌었다. 유진군. 조심하게. 하고 뒤에서 말하는 성현제의 말은 들어오지 않았다. 롤러코스터에 관람차에 회전목마! 전부 어렸을 때 한 번 와 본 뒤로 변함이 없었다. 어렸을 때 놀이공원에 와서 유현이 손을 놓쳐 미아센터까지 찾아가 유현이를 데리고 나왔던 적이 있었다. 그 때 너무 놀라서 막 울면서 찾아다녔는데…. 진짜 하나도 안 변했네.
“그러다 다친다니깐.”
성현제가 유진을 안아들며 말했다.
“머리띠 사 줘요.”
“알겠네.”
흐음…. 유진은 성현제의 품에 안겨 신중하게 머리띠를 골랐다. 호랑이? 아니면…. 풉.
“잘 어울리네요.”
“……^^. 고맙네.”
유진은 성현제의 머리띠를 보며 한참이나 웃었다. 공주님 왕관. 유진이 고른 성현제의 머리띠였다. 당신이랑 제일 잘 어울리네요. 하며 유진은 아예 핸드폰까지 들어 사진을 찍으며 웃었다.
“즐거워 보여서 다행이네, 유진군.”
“완전 즐거워요.”
“이제 내 차례인가.”
아뿔싸. 유진은 당황했다. 이 사람이 또 무슨 이상한 걸 고를까. 재밌다고 분위기에 휩쓸려 찾아올 후폭풍을 까먹고 있었다.
“이게 잘 어울릴 것 같군.”
유진은 거울에 비추어진 자신의 모습을 보며 한숨을 푹 쉬었다.
“하….”
“아까 즐거웠던 한유진군은 어디갔지?”
“망할….”
성현제가 고른 유진의 머리띠는 고양이 머리띠였다. 심지어 검은 고양이.
“제법 잘 어울리는군.”
“즐거워 보이시네요.”
유진은 제 모습을 사진찍고 있는 성현제에게 말했다. 머리띠도 샀으니, 별로 마음에 안 들지만…. 이제 놀이기구를 탈 차례였다. 유진은 다시 또 들뜨기 시작했다. 놀이기구 탄 게 몇 년전 일이더라…. 유진은 성현제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빨리가요.
“유진군…. 추로스 사줄까?”
“…됐어요.”
유진은 벤치에 앉아 한숨을 푹 내쉬었다. 유진의 앞에 쭈구려 앉은 성현제가 안절부절 유진의 상태를 살피고 있었다. 몇 분 전의 일이었다. 놀이기구를 탄다는 생각에 신이 난 유진은 성현제의 옷깃을 마구잡이로 잡아당겨 그렇게 재밌다던 대한민국에서 제일 긴 롤러코스터 앞에 섰다. 입장할 생각에 두근두근하던 유진은 키 좀 재보 자는 직원의 말에 표정이 굳어졌다.
에이, 괜찮을 거야. 어린아이 모습이여도 그렇게 작은 편도 아니었고…. 유진은 애써 자신을 위로하며 신장계에 섰다. 기계에서 소리가 나자 유진은 내려왔다. 직원이 유진을 안쓰러운 눈으로 보며 말했다.
“아쉽게도 키가 130이 넘지 못하면 탈 수 없어요. 미안해요.”
유진은 제 손에 막대사탕을 쥐어주는 직원에게 할 말을 잃었다. 완전 자신을 어린애 취급하고 있는 것도 모자라 직원은 제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음에 키커서 다시 와요. 꼬마 친구. 하고 말할 뿐이었다. 성현제는 유진의 모습을 바라보며 한참이나 웃다가 유진을 제 품에 안고 직원에게 키 커서 다시 오겠네. 하고 말했다.
그 후로 단단히 삐친 유진은 성현제가 하는 말에 대꾸도 해 주지 않았다. 연신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성현제였지만 유진은 들은 척도 안했다. 키 작아서 롤러코스터 못 타는 것도 서러워 죽겠는데 애 취급 당한 게 더 서럽다. 물른 지금 자신의 모습은 영락없는 어린아이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서러운 건 서러운 거였다.
“놀이기구가 롤러코스터만 있는 게 아니잖나.”
“그래도 그게 타고 싶었단 말이에요…. 그거 타러 온 거나 마찬가지인데.”
“일주일 뒤에 다시 오면 되지.”
성현제는 유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응? 일주일 뒤에 다시 오자 유진아. 하고 성현제가 말하자 유진이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성현제는 그런 유진을 제 품에 다시 끌어안으며 생각했다. 영락없는 아이군.
유진은 그 뒤로 추로스도 먹고 아이스크림도 먹으며 다른 어린이용 놀이기구를 탔다. 놀이공원에는 몇몇의 직원과 성현제와 한유진 둘 뿐이었지만 유진은 제 나름대로 재미있는 하루를 보냈다.
“이제 돌아갈까.”
“음…. 잠깐만요.”
유진은 저의 겉옷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카메라 앱을 열었다.
“남는 건 사진 뿐이라잖아요.”
유진의 핸드폰을 받아든 성현제가 자신의 팔을 들어올려 셀카를 찍었다.
“나도 보내주게.”
“싫어요.”
“매정하군….”
유진은 제 핸드폰에 찍힌 셀카를 한참이나 바라보다 말했다.
“이제 가요.”
유진은 놀이공원에 다녀온 후로 피곤해서 깊게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알람을 끄면서 핸드폰을 확인했다.
[형, 나 나왔어.]
얼마전에 던전에 들어갔던 유현이의 문자였다. 자신과 성현제가 던전에서 나오자마자 유현에게 먼저 연락을 했었다. 손가락이 작아져서 오타가 자꾸 나는 것을 성현제가 대신 문자를 보냈다. 문자를 보내자마자 유현은 당장 유진의 집으로 달려왔다. 어려진 자신의 모습을 보고 유현은 진심으로 다음 날에 있을 S급 던전 공략을 취소할 생각이었다. 물론 예림이도 유현이의 의견에 동의했지만 유진이 말렸었다.
“성현제씨랑 있으면 돼.”
“그 말 들으니 더 못 가겠어. 형.”
“맞아요.”
“상처라네.”
괜찮다니깐, 다친 것도 아니고! 나도 이참에 좀 쉴 거야. 하고 둘을 말리고 말려 던전에 보낸 게 벌써 사흘전의 이야기였다. 유진은 유현의 문자에 답장을 하고는 옷을 입기 시작했다.
성현제에게 문자를 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데리러와요.]
유진은 해연 건물에 도착하자마자 자신을 껴안는 예림에 당황했다. 성현제한테 안길 때는 나름 안전하게 안겨있었지만 이렇게 진짜 어린아이처럼. 떴다 떴다 비행기 하는 자세처럼 안기면 좀 무섭다고!
“으악! 예림아 이거 내려줘!”
“와 아저씨 진짜 작다! 귀여워요!”
“다치지 않게 조심하게.”
“박예림, 형 내려놔라.”
치이-. 나도 아저씨 더 안고 싶은데…. 유진은 예림의 말을 애써 못 들은 척하며 성현제의 옷깃을 꽉 잡았다. 음…. 역시 이 쪽이 더 편해.
“그래서 어제 둘이 놀이공원 갔어요? 아, 부럽다~!”
“형, 나랑도 가자.”
“뭐? 아저씨 저랑도 가요.”
“넌 빠져. 박예림.”
“애들아 싸우지 마. 나중에 다같이 가자.”
“미안하지만 유진군은 나랑 또 가기로 했네만.”
아니, 이 사람이…. 성현제의 말에 유현이랑 예림이가 화들짝 놀라 으르렁거리며 달려드는 것을 힘겹게 말리고 다시 앉혔다. 내가 지금 애가 맞는 건지 참…. 유진은 제 주변에 있는 초콜렛을 먹으려 손을 뻗었다. 성현제가 유진의 행동을 눈치채고 초콜렛을 집어 포장을 까 유진의 입에 넣어주었다.
“아저씨 진짜….”
“응?”
“어린이 다 됐네요.”
아차…. 너무 자연스러웠긴 했지. 일주일 동안 걷지도 않고 성현제 품에 안겨 다니기만 했고 밥도 간식도 전부 어린이 입맛에 맞는 것만 먹었고 대부분 성현제가 먹여줬으니깐…. 그나저나 성현제는 퀘스트에 적혀진 대로 보호자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었다. 처음에는 이런 게 육아인가? 싶었지만 나중에는 점점 이런 게 육아지…. 싶을 정도로 잘 해내고 있었다. 유진은 새삼 놀라 성현제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 시선을 알아챈 성현제가 고개를 내려 유진을 바라보고 말했다.
“뭐 원하는 거 있나?”
“아니요…. 새삼 잘생겼다 싶어서.”
“음….”
으악! 유진은 순식간에 들려져 유현의 품으로 안겨졌다.
“안되겠어, 형. 이제 나랑 있자. 성현제는 너무 위험해.”
“이런….”
“아저씨, 이제 집에 가요.”
“내 아이를 돌려주게^^.”
유진은 침대에 가만히 앉아 자신의 머리를 말려주는 성현제에게 말을 건넸다.
“일주일 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나름 재미있었네.”
“하…. 전 하나도 안 재밌었네요.”
그런가? 나름 재미있어 보였는데. 하고 말한 성현제가 다시 드라이기를 켜 유진의 머리를 말려주기 시작했다. 유진도 그 손길이 편해 가만히 앉아있었다.
“이제 이런 유진군도 마지막이군.”
“뭡니까 그 아쉽다는 말투.”
“아쉽다네.”
“그럼 꼬마 유진이랑 사시던지요.”
유진이 성현제에게 등을 보이며 반대편으로 누웠다. 그런 유진을 본 성현제가 팔을 뻗어 유진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난 어떤 유진군이라도 좋네.”
“잠이나 자요. 진짜.”
유진이 자고 있는 성현제를 툭툭 건드렸다.
“일어나요 성현제씨. 아침이라구요.”
“유진군, 5분만 더…. 유진아?”
성현제가 놀라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더 꽉 안으려고 어린 유진을 제 품으로 끌어당기려고 했다. 손을 뻗어 유진을 끌어당기는 느낌은 며칠 전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다시 원래의 몸으로 되돌아 온 유진의 허리를 성현제가 바짝 끌어당겼다.
“뭘 그렇게 벙쪄있어요. 어서 준비해요.”
“어딜 가나?”
유진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놀이공원이요.”